[지음 활동]진보정당 청소년운동사 다시 잇기 -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기록 자료집(2001-2018)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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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기록과 제작을 지원한,

진보정당 안에서의 청소년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집입니다.





진보정당 청소년운동사 다시 잇기 

-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기록 자료집(2001-2018)


표지 이미지 © inspirestock, 123RF Free Images





기록 자료집을 펴내며


3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기록 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 사업은 2020년 하반기, 진보정당에서의 청소년운동을 경험했던 세 사람이 만나 시작되었습니다.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기록이라는 다들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일에 나서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제가 정의당의 청소년운동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문제는 철저한 경험의 단절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복잡한 역사를 거치며 서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린 각 진보정당의 청소년 조직들 간에 존재하는 단절은 물론이고, 정의당 내의 허들의 경험조차 같은 정당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 정의당 청소년위원회의 활동가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매번 ‘맨땅에 헤딩을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했으며, 불과 2-3년 전의 일들도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선배’의 전설을 듣는 느낌으로 찾아 들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고립감이 자라나고 오판하기도 쉽게 되곤 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까지는 아니겠지만 약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까지는 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운동의 오랜 의제였던 청소년 참정권 확대가 2019년 말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 하향부터 2022년 정당 활동 제한 연령 기준 하향까지 일부나마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진보정당에서의 청소년운동이라는 공간을 조명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단순한 보수 양당 간 타협의 결과로 보지 않고 오랜 투쟁의 결과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 동안 이어 온 청소년정치를 위한 투쟁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중 정당 정치 영역에서 행동하고 목소리 낸 청소년들의 존재는 청소년의 투쟁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토픽일 것입니다. 그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청소년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청소년의 진보적 정치 운동을 기록하고, 계승하고, 반성하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분 중 한 명은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이 중요한가? 진보적 청소년운동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업은 진보적 청소년운동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잘 조명받거나 기록되지 못했던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에 관해 기초적인 수준의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려는 시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업은 2001년부터 2018년에 이르는 시기의 활동 개요를 정리하고, 당시 활동했던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는 것을 통해 진보정당 내 청소년 조직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습니다. 

기록 대상을 진보정당에 한정한 이유는, 우선 보수 양당의 청소년 조직은 적어도 만 18세 선거권 성취 이전까지는 그 활동도 분명치 않았고, 흐름을 추적할 만큼의 연속성이 부족하였으며, 진보정당에서의 조직 및 활동과 역할의 차이가 분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업은 진보적 청소년운동의 일부로서의 정당 내 청소년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이기에 그러한 범위에 포괄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조직들은 배제하였습니다. 

다만 저희의 의도와 관계없이 싣지 못한 곳들도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통합진보당 청소년위원회에 대한 기록을 위해 당시 활동했던 사람에게 서면 인터뷰 요청을 드렸으나 바쁘셔서인지 답변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의 역사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통합진보당 청소년 당원 제명 사태에 초점을 맞추어 간략한 설명만 첨부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록 사업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추후 다른 연구에서 정리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시작할 때 설정한 목표는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의 개요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어느 정도 종합적인 평가까지 담은 제대로 된 역사서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건 인력과 시간상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조직의 기록을 정리하는 첫 작업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정보와 기록을 모으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두었습니다. 이렇게 목표치를 낮추고도 3년이 훌쩍 넘게 걸렸으니 어쩌면 적절한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청소년 조직의 활동가들이 참석한 좌담 기록과 이 작업을 하면서 기록팀원들이 짚어 보았던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에 관한 논점들을 부록으로 넣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기록 정리를 하며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활동가들이 반복해서 마주하는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기록팀원들이 품게 된 고민들도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눠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팀원들이 토론한 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첨부하였습니다.

좌담 기록은 2023년 1월,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의 청소년 조직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저희가 정리한 기초 자료를 나눠 읽고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조직의 역사와 성격, 논점에 대해 이야기해 본 것입니다. 당초 의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고민을 담으며 역사 정리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던 것이었지만, 좌담을 한 지 벌써 1년이 지나 또 다른 과거가 되어 버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각 시기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 조직의 단면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로 보아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 이 조사와 기록 사업은 청소년인권운동의 관점을 반영하여 기획·진행되었습니다.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로 묶일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정당과 정파의 서사가 엮였던 것을 고려하면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의 관점보다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판단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적/좌파적인 청소년들의 정치 활동’ 이상으로, 청소년인권운동 혹은 청소년해방운동으로서의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의 의의 내지 위치를 묻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만들었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결과물에 관심을 가지실지는 솔직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집만으로 엄청나게 새로운 사실이나 통찰을 얻을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보정당 내 청소년운동에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가지게 된 누군가가 이 자료집을 보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조금이라도 힌트를 잡고, 앞서도 비슷한 고민과 활동을 하였던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박혜린 님, 권오범 님, 홍박승진 님, 구정인 님, 공기(한소영) 님, 한민성 님, 주신원 님, 김재성 님, 이김건우 님 그리고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아란 님, 좌담에 참여해 주신 신은진 님, 김도현 님, 박재형 님, 김태현 님, 이은지 님, 이연주 님, 이건웅 님, 또 자료 수집에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료의 내용에 어떤 잘못이 있다면 이는 참여자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록팀의 잘못일 것입니다. 



2024년 3월 1일

목성돼지

팀(목성돼지, 은설, 공현)을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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