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 학교 선후배 간 나이 차별적인 언어 문화

#어린사람은아랫사람이아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러 위치에서 나이차별적 언어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성찰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 첫 번째로 학교 안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문화에 대해 지적하는 고등학생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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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언젠가부터 학교 내에서 선배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 처음엔 누구나 얼떨떨하다. 그러나 모두들 자연스레 적응한다. 왜냐면 네가 쓰고 걔네도 쓰는데, 나도 쓰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우리 모두 듣는다. 후배에게서 존댓말을…. 누구나 처음엔 ‘뭐지’ 하지만 결국엔 익숙해지는 지금 우리 학교 속 언어 문화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이게 굳이 불편해하거나 문제로 삼을 일이냐고. 결국엔 존중을 표하는것 아니냐고. 물론 존중하는 것은 맞다. 그치만 중요한 건 그 존중이 후배에게서 선배에게로 ‘일방적’으로만 행해진다는 것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이 있는 이유는, 학교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습을 거의 그대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존댓말이란 언뜻 보기엔 그저 말 뒤에 몇 마디 더 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에서의 지위, 발언권, 그리고 서열…. 돌이켜보면 이는 우리 사회의 수직적, 차별적인 모습이 학교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약자에게 존댓말을 강요하고 강자에게 권위를 부여하여 그 집단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겪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나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방송부를 하고 있다. 많이들 모르지만 방송부라는 곳은 생각보다 서열 문화와 이에 따른 존댓말 강요가 심한 곳이다. 그곳에서 느꼈던 것은 저학년으로 갈수록 ‘말하는 것’이 거의 금지된다는 것이었다. 그저 고학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따라야 했고 당시 나의 의견은 전혀 필요치 않았다. 

나에게 유일하다시피 말할 것이 요구된 건 방송부 프로젝트에서 “네”, “아니요” 둘 중에 선택하여 답하란 것이었다. 저학년인 약자가 고학년인 강자에게 거의 복종하다시피 하는 것이 지금의 학교 문화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학교 안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려면 얼마나 해결해야 될 숙제가 많은지 보여준다.

우리는 선배에게 존댓말을 하도록 후배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학생회 임원들이 3학년에 집중되는 현상과 같은 고학년 중심의 권위주의식 문화를 바꾸는 데에 있어, 일방적 존댓말 문화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말 한마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자의 발언권이 달라지고, 언어에서의 변화는 그 사회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 약자에 대한 억압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가 될 때 우리 사회도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본다. 학교에서 선후배 간 일방적인 존댓말 문화가 사라지기 위해 우리 모두 하나하나 바꾸어 나아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다. 


- 이종채(강원도 춘천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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